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는 타인의 상호, 상표, 상품의 포장과 동일·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를 사용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내 상표를 허락도 없이 쓸 수 없다’는 것인데요, 주로 짝퉁 제품 등을 제재하기 위해 인용됩니다.
상표의 경우 상표권 등록 등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가 수월하나, 상품의 형태나 모양은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권리 보장이 쉽지 않습니다. 흔히 젤 타입의 화장품이 원통형으로 돼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인데, 그 누구도 ‘원통형 화장품’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지 않지요.
법무법인 민후는 2016년 8월, 중견 화장품 업체를 대리하여 경쟁사가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였습니다.
*사건요약
채무자(의뢰인)은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며, 채권자 역시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채무자와 채권자는 각자 ‘코팩 화장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판매해 왔는데, 갑자기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게 됩니다.
채권자는 “채무자의 상품 포장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우리의 상품 포장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 따라서 채무자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본 법인은 부정경쟁방지법과 관련판례를 분석하고, 채무자와 채권자 상품의 사실관계를 밝히는데 주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품의 형태나 모양은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가진 것은 아니고, 다만 어떤 상품의 형태나 모양 또는 문양과 색상 등이 상품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그것이 장기간 계속적․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되거나 지속적으로 선전․광고되는 등에 의하여 그것이 갖는 차별적 특징이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특정한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른 경우에 비로소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서 정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에 해당한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다41410 판결 등 참조)
이어 채권자의 주장인 ‘국내에 널리 알려진’을 반박하기 위해 본 법인은 코팩 시장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채권자의 코팩 상품의 경우 출시 시기는 2012년이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 시장에 먼저 선보였으며, 국내에는 지난해 말 판매를 시작했음을 밝혀냈습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올린 채권자의 코팩을 채무자의 코팩으로 착각했다는 블로그 게시물도 상당수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채권자 코팩 상품이 ‘식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울러 채권자가 주장하는 이 사건 포장에 쓰인 이미지가 화장품 분야에서 많이 이용되는 이미지임을 주장했습니다. 여름기획상품에 주로 쓰이는 ‘수박’과 ‘해’ 이미지처럼 말이죠.
법무법인 민후는 이와 같은 근거를 통해 채권자 ‘코팩 상품 포장’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판결요약
재판부는 본 법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채무자의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